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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 25일 (목요일) 8:36 오후
오피니언#5 이 자의 이름을 지어 주시오, IUPAC

#5 이 자의 이름을 지어 주시오, IUP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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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스플래쉬

 

(수완뉴스=권동현)

 

많은 사람들은 모두 이름을 가지고 태어납니다. 그렇다면 물질들의 이름은 누가 지어줄까요?

 

 

여러분의 이름은 누가 지어주셨나요? 아마 부모님일수도 있고, 할아버지나 할머니일수도 있고, 혹은 작명소 선생님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 글을 보는 여러분 한 명 한 명은  모두 각자 자신만의 이름을 가지고 세상에 태어났습니다. 이름이 왜 필요한가 묻는다면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있겠지만, 막상 학교를 생각해보면 출석을 부를 때 이름 없이 출석 체크를 해야하는 일은 매우 끔직한 일이 될 것입니다. 나와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부를 것인가에 따른 사회적 필요성, 그리고 서로를 구분해야 된다는 필요성 등이 우리가 이름을 가지고 살아가는 이유가 될 것입니다.

 

여러분 주변에 화장품이나 안약 같은 것이 있다면, 포장 용기에 뭐가 들었는지 알려주는 성분표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저는 화장실에서 폼 클렌저를 들고 와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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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분표를 보면 정제수나 에탄올까지는 그나마 알겠는데, ‘포타슘하이드록사이드’, ‘피이지-7글리세릴코코에이트‘ 같은 것들은 뭔지 감조차 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긴 단어들 또한 특정 화학 물질을 나타내는 이름입니다. 왜 이렇게 이름을 어렵게 지어 놨을까요?

 

마치 친구의 특징을 잡아서 별명을 만드는 것처럼, 옛날에는 화학 물질 또한 각 물질들이 가진 특징으로 물질의 이름을 지었습니다. 예를 들면 베이킹파우더, 식초, 웃음 가스 등이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 존재하는 화학 물질의 종류는 대략 수천만~수억 가지입니다. 이 많은 화합물들에 이렇게 불분명한 이름을 지어 준다면, 여러 가지 문제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사람들 사이에서 혼란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해당 화학 물질을 구성하는 원소와 기타 여러 가지들을 기반으로 한 ‘객관적인’ 명명법입니다. 예를 들면 윗 문단에서 ‘포타슘하이드록사이드’는 포타슘과 하이드록사이드(히드록시기)가 결합해서 만들어진 화합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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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wikipedia.org​

 

이 분자의 이름은 1,3,7-트리메틸퓨린-2,6-다이온입니다. 여러분이 즐겨 마시는 커피에 많이 들어있는 카페인의 또 다른 이름이기도 합니다.

 

 

이 복잡한 이름을 누가 지어줬을까요? 주기율표를 따라 있는 백여 개의 원소 이름은 일반적으로 그리스어나 라틴어에서 착안하거나, 사람이나 지역, 국가 이름을 따서 만든 것입니다. 그리고 물이나 석회 같이, 우리가 평소에 익숙하게 쓰는 이름은 굳이 ‘산화이수소’, ‘산화칼슘’ 이라고 쓰는 것이 더 불편합니다. 그래서 이들은 특별히 관용명이라 하여 지금까지 부르던 이름 그대로 부르기도 합니다. 이런 것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화합물은 IUPAC에서 정해준 규칙에 따라 부릅니다. 이 규칙을 다 소개하고 싶지만 여백이 부족하므로, IUPAC이 뭐하는 곳인지만 알려드리고 넘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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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UPAC의 로고, iupac.org

 

IUPAC은 세계 화학자들의 모임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각 나라별로 있는 화학 학회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대형 학회로, 정기적으로 총회를 가지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선 3·1 운동이 발발했던 1919년에 세워졌으며, 초기 목적은 명명법을 통일하는 등, 화학에서의 국제 표준을 만드는 데에 있었습니다. 지금은 국제적으로 화학을 발전시킨다는 이름 하에, 명명법 외에도 화학자뿐 아니라 모든 과학자들에게 필요한 표준을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1996년부터는 세계 화학자들을 모두 모아 학술적인 것부터 화학 교육, 화학에서의 여성 활동 등 다양한 것에 대해 이야기해보는 총회를 열기도 합니다. 올해에는 그 총회가 우리나라의 부산에서 열려서, 학생 신분으로 총회에 참석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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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회를 갔다 와서 독자 여러분들게 어떤 이야기가 화제였고, 어떤 특이한 일이 있었는지 신나게 알려드리고 싶었지만…이 학회의 주요 대상은 교수 및 대학원생이기 때문에, 학부 1학년생에 불과한 저는 무슨 이야긴지 거의 알아들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학문의 견문을 넓힐 수 있는 기회였고, 과학자들의 세계를 이해하는 좋은 기회였던 것 같습니다.

 

다음 칼럼에서는 제가 직접 뭔가를 보여드리려고 합니다…기대해주시기 바라겠습니다

 

:: 오늘의 요약

– 화학 물질들의 이름은 IUPAC이 정한 규칙에 따라 짓는다.

– IUPAC은 과학의 국제 표준을 정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수완뉴스 권동현 칼럼니스트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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