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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 20일 (토요일) 8:03 오전
오피니언 이전과 이후 (의자를 통해 알아보는 우리의 주관적 상처 Ⅱ)

[칼럼] 이전과 이후 (의자를 통해 알아보는 우리의 주관적 상처 Ⅱ)

­‘사유’란에 모인 사진들ㆍ‘수집’란의 사진들ㆍ‘치유’란의 사진들 

사유는 개인의 소유물을 뜻함과 동시에 일의 까닭, 대상을 두루 생각하다, 죄를 용서해준다는 다양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사진 하나하나에 집중하다보면, 사람이 나온 사진, 하늘과 함께 나온 사진, 의자의 귀퉁이, 모서리, 가운데, 전체 모습을 상세하게 볼 수 있다. 하나의 사물을 이토록 집중하여 바라본 적이 있었나 싶었다. 많은 전시가 상당히 심미안에 맺혀있으나, 추상적이며 의식적인 이번 전시를 통해 나의 머뭄과 앞으로 머물게 된 자리들을 하나씩 짚어준다.

사유의 대상

본연의 미

치유된 오브제

오브제의 의미에 대해서도 다시 되짚어본다.

초현실주의에서, 작품에 쓴 일상생활 용품이나 자연물 또는 예술과 무관한 물건을 이르는 사전적 의미에서 벗어나 내 모든 생활 반경에 닿는 사물이 예술적 피조물이 될 수 있음에 놀라웠다. 

내 상처의 근원은 어디에서 오는가, 항상 같은 장소에 머물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받는 상처가 있다. 머뭄이 가끔 옭죄어오는 듯해 갑갑해지는데, 그럴 때마다 내가 왜 이곳에 머물러야하는지 생각한다. 동시에 내가 이 상처를 극복함으로서 얻게 되는 것이 무엇인지, 앞으로 이 상처를 봉합한 뒤 덧나지 않게 하기 위하여 어떻게 해야 할지 묘책을 나열해본다.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는 흰 의자처럼.

의자처럼 조금은 둔감하게, 가끔은 뻣뻣하게 정자세로, 어떤 날에는 느슨하게 누워 한가하게, 또 어떤 날에는 다리를 꼬며, 햇살을 가득 받는 나날을 보냈으면 한다. 생각은 삶을 대하는 내 태도에서 나오며, 등장하는 각각의 생각을 사진처럼 기록물로 남아 다시 내 생각들을 재정립하고, 밑거름으로 삼자. 교훈적인 전시를 빠져나오며, 내가 앉아야 하는, 앉아있는 자리에 대해 오래 곱씹는다. 전시관을 한 바퀴 산책하는 기분으로.

글, 사진 임윤아 칼럼리스트

임윤아 칼럼리스트
임윤아 칼럼리스트
임윤아 칼럼리스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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