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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29일 (금요일) 9:16 오후
뉴스사회남녀평등 말했을 뿐인데...'페미야?' 질문 공세 받는 한국 여성들

남녀평등 말했을 뿐인데…’페미야?’ 질문 공세 받는 한국 여성들

韓 누리꾼들, 안산 선수에게 ‘페미야?’

[수완뉴스=디지털뉴스팀]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에서는 공적·사적 공간을 가리지 않고 ‘페미니스트’ 사상 검증하기 바쁘다.

최근 도쿄올림픽 양궁 3관왕을 한 안산 선수의 SNS 계정에서 ‘페미냐’라는 질문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안 선수 계정에는 ‘페미가 아니라면 이를 인증하라’는 식의 요구도 많다. 사실 올림픽 이전에도 수 많은 여성들이 안 선수에게 가한 질문세례에 시달렸다.

△ 페미니스트 사상검증이 있기 전, 우리나라 남성들에게 묻고는 했던 ‘너 일베야?’가 마치 거울 속 나를 바라보는 것 처럼 떠오른다. (사진=픽사베이)

전문가들은 안 선수에게 가해지고 있는 여혐과 온라인 폭력이 이례적이고 특수한 현상이 아니라고 진단했는데, 이는 공공연한 혐어와 폭력이 정치권·공공기관·기업 등의 용인 아래 공적대상으로까지 확대재생산하며 공격 수위가 높아졌을 뿐이라고 분석했다. 그리고 페미니스트가 밝히라는 질문은 온라인 이전부터 일상적으로 행해졌다. 30대 여성 A씨는 “남성과 교제할 때마다 ‘페미냐’라는 질문을 매번 받아왔다”면서, “한 번은 남녀 임극격차에 대해 얘기하는데 ‘페미냐’라는 질문을 들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회원국 가운데 성별 임금격차가 가장 큰 수준이라는 건 팩트인데도 ‘페미냐’라는 질문으로 마치 페미니스트를 악마화하고 있는 것이 한국 성평등의 현실이다.

“남녀 평등 말했을 뿐인데 가족들, ‘페미야’ 질문세례”

그런데 위와 같은 질문은 가족이라고 다를게 없는 판국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아이가 ‘집안일은 남녀가 같이 하는 것이라고 배웠다”라고 했더니, 남편이 “선생님이 페미 아니냐”고 해 남편과 다퉜다는 아내가 있었고, “영화 82년생 김지영을 보고 왔더니 남편이 ‘페미냐’고 묻더라”는 등 글들이 많다.

30대 여성 A씨는 “남동생에게 올케한테 며느리 의무를 강요하지 말라”고 조언했더니, 조심스럽게 “누나도 페미 뭐 그런거냐”고 대뜸 물어서 황당했다는 사연을 업로드하기도 하였다.

직장에서도 매한가지,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냐?’ 페미 검증 시작

한국 여성들은 우리 사회에서 살아가는 동안 남녀평등에 대해 수없이 배워왔지만, 이전에는 아무 말 없더니 최근에 갑자기 페미냐라는 질문을 연속적으로 물어온다고 하소연하며 남녀평등과 페미니즘이 무엇이 다르기에 이런 질문이 늘어난 건지 의아하다는 입장차를 보였다.

또한 어떤 질문들은 페미니스트를 감별하는 수단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은 지난 4월 교육영상 하나를 제작했는데, 해당 영상의 내용이 ‘남성을 잠재적 성범죄자로 여긴다’는 주장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한 온라인 커뮤니티의 여성 이용자가 “상사가 ‘잠재적 가해자’라는 기사를 모니터에 띄워놓고 나에게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한 적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페미니스트 사상검증 제지 안하면, 제2, 제3의 안산 선수 나올 수 있어” 우려

한편 성평등을 가르치고 배워야 할 학교에서도 상황은 매한가지로, 성평등 이야기를 할 때마다 학생들이 선생님에게 페미냐는 질문에 평소 사이가 좋았던 남학생이 여가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 등이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손지은 전교조 여성부위원장은 “남학생들이 남교사에게는 전혀 하지 않을 법한 사상검증성 질문을 여교사에게 한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이런 현상을 예사롭지 않게 바라보고 있다.

권수현 평등공작소 나우 대표는, “많은 여성들이 직장이나 학교, 가정에서든 장소를 가리 않고 페미니스트 사상 검증 질문을 받는 이른바 페미 심문을 당하고 있다”면서, “특히 학교나 직장은 개인의 생존이 달려 있는 공적 공간인데 권력을 가진 사람이 그 힘을 이용해 여성들을 괴롭히고 학대한다”고, “이것이 대한민국 여성들이 겪는 현실”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일상의 사상검증이 제지되지 않고 계속 축적된다면 이러한 여성 혐오적 표현이나 언어 폭력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며 제2, 제3의 안산 선수가 나올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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