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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보는 세상]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히든 피겨스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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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히든피겨스’ 스틸컷 (사진=이십세기폭스콜리아)

[수완뉴스=남지연 칼럼니스트] 영화 <히든 피겨스>는 인류 최초로 달에 발을 디딘 ‘닐 암스트롱(Neil Alden Armstrong)’의 뒤에서 활약했던 보이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1960년대 러시아와 미국 간 우주 전쟁을 할 무렵을 다룬 영화이다.

영화 <히든 피겨스>에의 주인공 캐서린 존슨은, ‘흑인’이라는 이유로 코앞의 화장실을 놔두고, ‘유색인종 화장실’을 이용한다. “Colored(흑인용)”이라고 표시된 건물에 있는 유색인종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하여, 캐서린 존슨은 하이힐을 신은 상태에서 족히 30분 이상을 걸었다. 그녀의 부재가 길어지자, 상사 해리슨은 화장실을 다녀오는 일이 어떻게 40분씩이나 걸리냐며 따져 물었다. 그러자 캐서린 존슨은 그동안 쌓아 놓았던 감정을 폭발시켰다.

“이곳에는 화장실이 없습니다. 이 건물엔 유색인종 화장실이 없고 서관 전체에도 없어서 800m를 나가야 해요. 알고 계셨어요?”

이에 상사 해리슨은, 화장실에 붙은 ‘유색인종 화장실’이라는 푯말을 해머로 부수며 말한다.

“나사에서는 모두가 같은 색 소변을 본다.”

Hidden Figures, 직역하면,  ‘숨겨진 사람들’. 영화에서는 인류의 달 탐사를 위한 프로젝트 뒤에 숨겨졌던 희생들이 드러난다. 실제로 1960년대 미국은, 인종차별이 ‘견고한 세계’였다. 버스 좌석부터 화장실에 이르기까지 인종 간 구분해서 사용해야만 하였다. 그렇다면, 2022년 우리나라 근로자의 ‘화장실’은 어떠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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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우리나라 백화점과 면세점의 화려함 속에 묻힌 사람들이 있다. 바로 ‘판매직 노동자들’ 이다. 2019년 경향신문 유튜브 채널 ‘이런 경향’에는 <백화점 화장실·엘리베이터…‘직원용’ ‘고객용’ 따로 있는 이유는?> 라는 제목의 한 동영상이 올라왔다. 해당 영상에서는, 10년 넘게 화장품 매장 직원으로 근무한 3명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고객용 화장실은 절대 직원이 가면 안 되는 공간이에요”

“그것만이 아니고,  고객용 붙어있는 건 다 안돼요.”

“입점 교육이라는 것을 받거든요, 그때 제일 먼저 알려주는 게 직원들이 이용해야 하는 동선이에요.”

2018년 10월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백화점 면세점 판매직 노동자 2806명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또한, ‘현장노동자 증언대회’에서 화장실 사용 실태와 관련한 수치가 발표됐다. 이에 따르면 ‘고객용 화장실 이용 금지 교육’을 받은 노동자들은 전체 조사 대상자 중 77%였다. 또한 이들은 화장실 이용 어려움으로 동일한 나이대의 여성 노동자보다 상대적으로 방광염이 3.2배나 많이 발병했다는 것이다.

지난 2019년 8월, 고용노동부는 백화점ㆍ면세점 근로자들의 고객 화장실 사용을 금지할 수 없도록 한 지침을 발표했다. 그러나, 법적인 강제성이 없을뿐더러 권고 수준에 불과했기에 현장에서는 개선은 기대할 수 없었다. 2021년 1월에는 한경닷컴에 <“백화점 직원이 고객용 화장실 쓴 게 죽을 죄인가요?”>라는 기사가 보도되기도 했다. 크게 달라진 바는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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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히든피겨스’ 스틸컷 (사진=이십세기폭스콜리아)

그동안 백화점ㆍ면세점은, 노동자들을 고객들이 불편해 한다는 이유로, 노동자는, ‘직원 화장실’만 사용할 수 있도록 제한하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4호에서는 공중화장실로 ‘대규모 점포 또는 임시시장, 상점가 전문상가단지에 설치된 화장실’을 포괄하고 있다. 즉, 대규모 점포인 백화점과 면세점의 화장실은 공중화장실로 분류된다. 공중화장실(公衆化粧室)에서 공중은 公 공평할 공에, 衆 무리 중을 사용한다. 사회(社會)를 이루는 일반(一般) 사람들의 화장실이라는 이야기이다.

처벌 규정을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기업 측의 인식개선도 우선되어야 한다. 노동자들은 비인격적인 대상이 아니라, 똑같은 사람이다. 화장실 이용만이 아니라, 에스컬레이터, 엘리베이터, 휴게 공간 등 다양하게 인권 침해를 받는 노동자들의 노동환경 개선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영화 <히든 피겨스>에서는 NASA 프로젝트에 참여한 캐서린 존슨 등의 숨겨진 영웅들을 ‘히든 피겨스’로 담아냈다. 그러나, 캐서린 존슨의 성별, 인종으로 차별하지 않고, 그녀에게 기회를 주었던 해리슨 상사도 역시 히든 피겨스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편견에 갇히지 않고 기회를 준 사람들이 없었다면, ‘히든 피겨스’는 나올 수 없었을지 모른다.

시간은 흘렀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이해할 수 없는 차별이 존재한다. 편견과 차별에서 떠나 평등한 자리를 만드는 사람, 우리에게 여전히 ‘히든 피겨스’가 필요한 이유이다.

남지연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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