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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 24일 (수요일) 7:34 오후
오피니언사설/칼럼#4 '감각의 인지로 계발하는 디자인 창의성' (블랑제리 드 르방 성산마을점 편)

#4 ‘감각의 인지로 계발하는 디자인 창의성’ (블랑제리 드 르방 성산마을점 편)

안녕하세요? 칼럼니스트 조윤서입니다.

먹음직스럽게 생긴 음식을 바라볼 때, 우리는 그 음식의 형태를 인지하고 그 형태로부터 먹고 싶은 욕구가 발생하기 때문에 그 모습을 말로 표현합니다. 이 때, 맛있게 생긴 음식의 형태도 맛의 한 종류입니다. 바로 ‘보는 맛’입니다.

‘보는 맛’을 언어로 표현한다는 것은 그 맛의 느낌이 두뇌에서 반응한다는 것이고, 그럴 때 침이 분비되거나 심장박동이 증가하는 등의 신체적 반응이 나타납니다.

 

그런데, 우리는 ‘보는 맛’에 대해 얼마나 인지를 잘할까요? 음식을 보다가 다른 외부 반응에 신경을 쓰거나 다른 생각을 할 때 그 음식의 형태를 좀 더 자세하게 알 수 있는 순간을 놓치게 됩니다.

 

특히 보는 것은 ‘눈’이라는 감각기관을 통해 접촉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 몸에 직접적으로 접촉된다는 느낌보다 간접적으로 보고, 그로부터 과거 경험이 떠오르거나 신체적으로 새로운 자극을 받는 정도에서 그칩니다.

 

그렇지만 집중을 통해 인지를 잘한다면 간접적으로 접촉된다는 그 느낌마저 직접적으로 와닿는 것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즉, 그 음식을 계속 볼 수 있다고 생각하며 대충 물끄러미 바라보는 것에 그치는 것, 또는 시간이 주어져도 ‘처음 본 모습 그대로’ 라고 생각하는 것을 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정적인 상태에 놓여 있는 음식조차도 세부 정보까지 관찰할 수 있고, 그렇게 함으로써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죠. 그래야 맛에 대한 표현을 잘할 수 있게 됩니다.

 

맛에 대해 인지를 잘 한다는 것은 집중을 잘한다는 것과 같습니다. 반대로 인지를 놓친다는 것은 맛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집중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집중을 잘하기 위해, 인지를 잘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의 경우 시각을 이용하여 사물을 바라볼 때, 그 사물이 갖고 있는 느낌을 먼저 파악한 후 그 느낌이 무엇인지를 인지합니다. 그 후 그것이 이루고 있는 요소를 분석적으로 보고, 그 요소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뿐만 아니라 얼마나 세밀하게 또는 구조적으로 되어 있는지를 이해합니다. 마지막으로 그 사물의 전체 형태가 어떻게 되어 있고, 개별 요소와 어떤 조화를 이루는지, 풍겨나오는 분위기는 어떠한지 등을 살펴봅니다.

 

그럼 실제 사례를 통해 보는 방법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설명을 드려 보겠습니다.

위 방법에 관해 소개할 곳은 바로 ‘블랑제리 드 르방 성산마을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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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랑제리 드 르방 성산마을점 내부)

빵집에 들어섰을 때, 환상적인 분위기였습니다. 빵집 내부의 주색상이 짙은 노란색으로 드리워져 있어서 발랄해 보이면서도 따뜻해 보였어요. 다른 빵집에서는 볼 수 없는 환한 색상이 눈 앞에 펼쳐져 있어서, 빵집에 들어오기 전의 공간과는 전혀 다른 공간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그저 빵을 사 먹고 싶은 마음만 드는 것이 아니라 특별한 공간에 들어온 손님으로서 대접받는 느낌도 들어 빵집이라는 공간에서 ‘보는 즐거움’을 누리고 싶다는 마음까지 들었습니다. 즉, 빵집에 대해 알아보고 싶다는 욕구가 자발적으로 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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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닐라쵸코롤)​

 

사진 순서대로 설명하자면, 키가 큰 창문 안쪽에 분홍색, 연한 노란색 크림이 발라진 초코 머핀들이 케이크처럼 장식되어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것들은 각각 높낮이가 달라서 율동적으로 보였고, 일정한 간격으로 나란히 배치되어 있어서 안정감뿐만 아니라 화려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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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닐라쵸코롤 측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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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닐라쵸코롤 앞면)

 

초코 머핀들은 둥글려진 형태로 놓여 있어서 귀엽고 재미있다는 생각 때문에 웃음이 나왔고, 그 머핀들이 놓여져 있는 밑바닥은 시선을 확 잡아끄는 분홍색이어서 동화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서랍에서 풍겨나오는 서양적 분위기는 머핀 뒤의 창문에 설치된 노란색 체크 우드판의 배열과 동질감이 들어서, 서양 빵을 다루는 빵집답다는 생각이 들었죠. 머핀 좌측에 있었던 연분홍색의 매화나무는 맨 좌측에 놓여 있어서 그 위치로서는 눈에 잘 띄지 않는데, 위로 갈수록 나뭇가지가 양 옆으로 뻗어가는 형태여서 인조 매화꽃들이 흐붓하게 붙어있는 모습이 창문 쪽에 놓인 장식물들에 풍성함을 더해 주었습니다.

 

빵집 내부는 2층 높이인 것처럼 천장이 높아서 쾌적하면서도 넓어 보였습니다. 천장에는 백열등 조명이 설치되어 있었고, 빵들 중 비닐에 포장된 빵들이 더 빛 반사되어서, 그 빵들을 바라볼 때 그 비닐에 시선이 먼저 집중되고, 눈이 따갑다는 것을 느낀 후 그 내용물을 보는 방식이었습니다.

 

전체적으로 빵집 내부를 바라보았을 때, 빵집은 밝고 아늑한 분위기 속에서 다양한 빵들을 바구니에 담아 자유롭게 선보이는 느낌을 받았어요. 빵을 판매하는 장소와 소비자 간에 구매가 이루어지는 상업적인 빵집 분위기가 아니라 빵과 손님간의 만남 및 접촉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지는 개방된 분위기였습니다.

 

바닐라쵸코롤을 구매한 후 관찰했을 때, 구매하기 전에도 느꼈던 것이지만 귀엽게 생겼다고 느꼈습니다. 다른 롤케익에 비해 짧으면서도 초코 쉬폰, 우유크림층, 바닐라 쉬폰층이 겹겹이 동그랗게 말려 있어서 알차게 생겼기 때문입니다. 겉의 초코 쉬폰은 아주 진한 고동색은 아니었지만 구멍이 약간씩 뽕뽕 뚫린 옅은 고동색 빛깔을 띄었습니다. 또한 초코 쉬폰은 액상화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조명 빛에 비친 것만으로도 그 명도가 옅은 고동색보다 훨씬 밝아 보였습니다. 초코 쉬폰과 우유 크림층이 인접해 있어서 그 둘을 번갈아 볼수록 색 차이가 확연하고, 명도 대비도 뚜렷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초코 쉬폰의 색은 한층 더 어둡게 보였고, 우유 크림층은 한층 더 밝아 보였기 때문에 이렇게 느끼게 되었던 것 이었습니다.

 

바닐라쵸코롤 전체 모습을 한 순간에 포착했을 때, 초코 쉬폰이 이러한 우유크림층, 바닐라 쉬폰층을 모두 덮고 있다는 사실이 새롭게 인지되었습니다. 대부분의 요소를 하나씩 분석적으로 파악해본 것이 전체 정보를 인지하는데 영향을 준 것이었습니다. 여러 층들이 겹겹으로 쌓인 것을 이미 보았기 때문에 길이는 짧다고 할지라도 풍족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밑에 있었던 에코 종이와 바닐라 쉬폰층은 은근하게 조화로워 보여서 바닐라 쉬폰층을 응시하다가 전체 빵 모습을 보고 있을 때이면 군침이 돌았습니다.

 

다음 5회에서 더욱 알찬 이야기를 이야기해보아요!

조윤서 칼럼니스트([email protected])​

조윤서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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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서 칼럼리스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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