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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을 뜻하는 우리말 와이료(蛙餌料), 일본어 와이로(わいろ, 賄賂)

작성자
김동주 기자
작성일
2023-09-04 14:52
조회
177
우리말에 와이료(蛙餌料)와 일본말 와이로(わいろ, 賄賂)가 있다. 모두 뇌물을 뜻한다. '와이료'는 고려 명종때 유명한 문신인 백운거사 이규보의 일화에서 찾을 수 있다.

임금이 백성들의 민생을 파악하기 위해 야간에 남루한 민복으로 갈아입고 잠행을 하였다. 이때 찢어지게 가난해 보이는 초가에서 어떤 선비의 낭랑한 글 읽는 소리를 듣고 주인을 찾은 임금은 몹시 시장하니 요기할 것을 청하였다. "지금 저희 집은 너무나 가난해서 먹을 것이라곤 냉수 한 사발 밖에는 대접할 것이 없습니다. 조금만 더 내려가면 주막집이 있으니 오늘밤은 그곳에서 유숙하십시오." 라고 정중히 말했다.

임금이 일어서려는 순간 벽에 붙어 있는 글귀가 눈에 띄었다. "유아무와 인생지한(有我無蛙 人生之恨)"이란 문장이었다. 내용인즉, '나의 학문적 실력은 충만하나 개구리가 없어 내 인생의 한'이란 뜻이다. 글공부를 많이 했지만 전혀 본 적이 없던 이상한 이글을 본 임금은 이 말이 무슨 뜻인지를 선비에게 물었다.

중국 우화에 꾀꼬리와 뜸북새가 서로 다투는데 각자 자기 목소리가 훨씬 아름답다는 것이다. 둘만으로는 승부를 가름할 수가 없어 이웃의 두루미를 심판으로 내세우고 3일 후에 결과를 발표하기로 정했다. 자신만만한 꾀꼬리는 일을 그냥 기다리는데 뜸북이는 두루미가 가장 좋아하는 개구리를 잡아서 꾀꼬리 모르게 매일같이 바쳤다. 3일 후 결과는 개구리를 뇌물로 바친 뜸북이가 꾀꼬리의 목소리보다 더 좋다는 판정이 나 버렸다. 이 우화를 자신의 처지에 비추어 부패한 조정에 대한 자탄(自嘆)의 글이라고 선비가 말했다.

선비의 이야기를 모두 듣고 난 임금은 "조정에서 실시하는 과거가 5일 후에 있는 것을 아느냐?"라고 물으니 이때 선비의 대답이 "내가 수년을 한결같이 옳은 정답을 적어냈으나 매번 낙방인 것은 개구리밥 즉, 조정의 시험관에게 뇌물로 바칠 蛙餌料가 없어서 그렇다. 이제 과거를 포기 했노라."고 말했다. "나도 시골의 별 볼일 없는 서생으로서 당신보다 더한 낙방을 했으나 희망을 잃지 않고 이번 과거를 또다시 보러 간다. 나와 같이 한번만 더 과거에 참가하자."고 졸랐다. 결국 가난한 선비는 임금에게 설득되어 과거를 보기로 결심했다. 5일 후 과거 화제는 '有我無蛙 人生之恨'. 당연히 장원급제였다. '장원급제요!' 소리에 감격해서 고개를 들고 보니 5일 전에 배고파 찾아왔던 시골서생이 임금님의 용상에 앉아서 미소를 짓고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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