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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9월 18일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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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 최충헌의 시대, 21대 희종

왕 영
신종의 맏아들로 1204년, 24살의 풋풋한 나이로 왕위에 올랐는데,
혈기방장한 젊은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최충헌에게 관작을 높여주는 정도밖에 없었다.
희종 즉위와 함께 무려 46자에 달하는 관직을 부여 받은 최충헌은,
곧바로 최고위 관직인 문하시중에 올랐으며, 후작 위를 거푸 받았고,
왕은 이 무시무시한 신하를 은문상국으로 부르며 존대하였다고 한다.
최충헌 또한, 평상복으로 궁궐을 출입하는가 하면, 행차 시에는 일산을 받치게 하여,
자신이 임금의 아래가 아님을 과시하였고.
이렇게 최충헌이 희종을 신종보다 더한 하수아비로 만들며 막부 체제를 다져가는 동안,
저 멀리 초원에서는 징기스칸이라는 희대의 거인이 주변 부족들을 통합하며 국가를 만들고 있었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최충헌은 동생 충수를 처단할 때 공이 많았던 외조카가 세력을 모으자,
아킬레스건을 자른 후 귀양을 보내는 등 주변의 위협요소들을 제거하는데 게으르지 않았고, 
미루어 두었던 공작 위에 올랐다.

​직위든 작위든 더 이상 오를 곳이 없어진 최충헌은, 이규보 등을 등용하며 새로운 질서에 의한
통치를 펼쳐 나갔는데,
알콜 중독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술을 좋아했고, 시를 잘 썼으며 거문고와 발명에도 소질이 있었다는
이규보는 무신정변이 발발했을 때가 불과 3살이었고, 성장기 내내 난세였으므로,
문신들의 세상이었던 과거를 그리워하며 무신들의 횡포에 분노했던 이인로 등의 선배들과는 다르게,
어떤 놈이 정권을 잡든 세상이 빨리 안정되어 예측 가능한 삶을 살 수 있게 되기를 바랐을 것이다.
무신정권 전반기의 혼란을 반영하듯 관로가 평탄치 않았던 그는, 시 한 수로 최충헌의 마음을 사로잡아 출세하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최충헌의 통치에 협력하며 나름 잘 살았고,
동국이상국집이라는 문집과, 서사시 동명왕편을 비롯한 다수의 기발한 시를 남겼다.

​최충헌은 철권을 휘두르며 고려에 새로운 질서를 부여하기 시작하였으나, 정통성이 아닌 실력으로
승부한 자들의 숙명처럼, 승려들을 비롯한 그의 죽음을 바라는 세력들은 끊임없이 나타났다.
암살 기도, 무고 등이 잇따르자, 
최충헌은 기존의 친위 조직을 확대 개편한 교정별감을 만들어 국정 전반을 감시 감독하였는데,
이 새로운 막부 체제는 얼마 안 지나 국가 시스템을 종속시켜 버렸기에, 임금은 완전히 빈 껍질이
되어 버렸다.
이로 인한 불만은 늘 하던 대로 달랠 놈은 달래고 아닌 놈은 때려잡았는데,
이리되자 그동안 혈기를 누르며 무던히도 참아왔던 희종도 더 이상은 참지 못하였는지,
만악의 근원인 최충헌을 제거하고, 정상적인 왕노릇을 해 보고자 하였으나,
안타깝게도 거의 성사 직전에 실패하고 말았다.
구사일생한 최충헌은 별 위협도 안되는 왕을 죽여 공매를 벌 생각이 없었는지, 그냥​ 폐위시켜
강화도로 내 쫒았고.
1211년의 일이었다.

​강화도에 유배 된 희종은 자란도 , 교동 등으로 내돌려지다가, 8년 만에 최충헌의 용서를 받아
귀경하였으나,
다시 최 우의 의심을 받아 귀경한지 8년 만에 다시 강화도로 쫓겨났고,
1237년 57세를 일기로 교동도의 한 절에서 사망하였다.

남자로서 의욕에 넘치고 최대 한도의 야망을 품을 수도 있는 나이에 왕위에 올라,
고작 7년간, 최충헌의 비위나 맞추고 눈치를 보는 허수아비 왕 노릇을 하다가,
무려 18년간 섬을 전전하며 귀양살이를 한 희종,
그는 어떤 심정으로 바다를 바라보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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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순 기자
김경순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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