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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19일 (화요일) 6:36 오후
뉴스사회지옥 같은 빚의 굴레, 끔찍한 건보 사전급여제한

지옥 같은 빚의 굴레, 끔찍한 건보 사전급여제한

[고발]사전급여제한, 명확한 법 규정 없이 공단이 자율적으로 시행

건보가 보험료 체납자에게 보낸 상습체납자 인적사항 공개 사전 통지서 및 급여제한 통지서(사진=수완뉴스)

[수완뉴스=김동주 기자] 국민건강보험, 줄여서 건보(健保)는 ‘국민의 질병ㆍ부상에 대한 예방ㆍ진단ㆍ치료ㆍ재활과 출산ㆍ사망 및 건강증진에 대하여 보험급여를 실시함으로써 국민보건 향상과 사회보장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공공의료보험(public health care)으로서, 의료기관 ‘당연 지정제’를 바탕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이 일괄 운영하는데,

의료급여 및 의료보호 대상자를 제외한 전 국민이 의무적으로 가입자가 되거나 피부양자가 되어야 하는 강제보험이기 때문에, 조세처럼, 가입자의 의사와 상관 없이 소득, 재산 등의 조사를 통해 납부 보험료가 차등적으로 산정 · 부과되고, 체납이 발생하는 경우, 국세체납처분의 예에 따라 징수절차가 진행된다.

그런데, 직장가입자와 달리, 지역가입자는 세대 구성원 전원이 연대하여 보험료를 납부해야 하기 때문에 체납자가 사망한다고 해도 체납금이 사라지지 않으며 상속포기 또한 불가능한데, 그로 인해, 사회복지시설에 거주하는 8세 아동이 ‘독촉장’을 받는다거나 천애고아 신세의 아이가 세상을 살아보기도 전에 ‘체납자’부터 되는, 기막힌 일들이 발생하기도 한다.

위와 같은 엽기적인 상황은, 공단이 ‘국민보건 향상과 사회보장 증진’ 보다는 ‘재정 건정성 확보’에 좀 더 높은 가치를 두고 업무처리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서, 본지의 취재에서도 그러한 경향이 여러번 확인되었는데, 그 사례를 보면,

제보자 A씨가 사업에 어려움을 겪으며 보험료를 체납하자, 공단은 A씨와 가맹점 관계에 있는 카드사들에게 ‘채권압류 및 추심’을 하였고,
이를 견디다 못한 A씨가 파산에 이르게 되자, 징수과장이 직접 전화하여 “파산선고를 받았더라도 체납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사전급여제한’ 처분을 받게되니, 그 처분을 면하려면 체납금을 분할하여 납부하고, 그와 별도로 매월 부과되는 보험료는 자동이체로 납부하라”고 하였다 한다.

체납자의 사정따위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 위와 같은 가혹한 요구에, ‘파산한 상태에서 건강보험까지 막히게 되면 생활하기 너무 힘들어질 것’이라고 생각한 A씨는,
“면책이 확정된 이후, 추심금 등을 포함하여 총 150만원을 매월 납부하겠다”는 내용의 ‘분할납부확약서’를 제출하였는데, 파산절차가 한참 진행된 뒤에,
위 압류·추심 및 분할납부 강요는 채무자회생법에 위배되는 부당한 강제집행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결국 이의신청 등을 거쳐 행정소송에 이르게 되었다 한다.

그런데 소송이 시작되자, 공단은 오히려 A씨에게 “5회 이상 분할납부금을 납부하지 않았다”며 ‘사전급여제한’ 처분을 하였고, 그로 인해,
A씨는, 매월 자신과 직원들의 건강보험료가 포함된 사업장 보험료를 1년 이상 자동이체로 납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보험자격이 정지되어, 고혈압, 당뇨, 부정맥 등 평소 지병들이 조절되지 않는 위험한 순간들과 맞닥뜨릴 수밖에 없었으며, 그의 아내는 산부인과 진료조차 받을 수 없었다고 한다.

‘사전급여제한’이란, 체납자가 병·의원 및 약국 등을 방문할 경우, 접수 자체를 받아주지 않음으로써 그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 ‘체납처분’으로서,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의하면, ‘납부의무불이행’에 대한 처벌적 의미도 있는데,
일반 사보험이라면 이 따위 싸가지 없는 보험은 얼른 해지해 버리고 다른 보험을 들거나 그도 귀찮으면 그냥 방치하겠지만,
건보는 해약할 수 없고 보험료도 내라는 대로 내야하는 의무보험인지라, 그렇게 했다가는 아래와 같은 골 때리는 상황이 펼쳐지게 된다.

공단은 보험료를 6회 이상 체납하면 체납자를 일단 ‘사전급여제한’ 대상자로 등록하여 보험자격을 정지시킨 후, 체납금에 대한 ‘분할납부신청’을 하게 하고 승인된 ‘분할보험료’을 1회 이상 납부하면 ‘사전급여제한’을 해제하며, 최종 분할납부 이후 4회차까지는 분할납부금을 연체해도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게 하는 복잡한 짓을 하는데,
하지만, 사업실패 등으로 어려움에 빠진 사람들이 ‘매월 고지되는 보험료’와 그의 몇 배, 심지어는 수십 배에 달하기도 하는 ‘분할납부금’을 연체 없이 계속 납부하기란 쉽지 않기에, 사는데 쫓겨 혹은 말 못할 사정으로 분할납부를 5회 이상 연체하게 되면,
공단은 분할납부 승인을 취소하고, ‘사전급여제한’ 대상자로 재등록하며, 체납보험료를 완납할 때까지 보험자격을 박탈한다.

그에 따라, 분할납부 연체횟수를 꽉 채워, 매달 부과되는 보험료를 성실히 납부한다고 해도 더 이상 보험자격을 인정받을 수 없게 된 이들은 건보가 부과하는 모든 보험료의 납부를 거절하고, ‘건보체납자’라는 민망한 이름으로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가게 되는데, 피치 못한 선택이긴 하지만,
‘건강보험중심체제’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건보체납자’라는 제 3의 신분으로 산다는 것은 참으로 고단한 일이 아닐 수 없어서,

우선, 병원에 갈 때마다 남들보다 3~4배 비싼 치료비를 내야하는 것은 물론이고, 중병이라도 드는 날엔, 중죄를 짓고 수감 중인 죄수만도 못하게 치료도 제대로 못 받고 죽어야 하는 서러움 속에서 살아야 할 뿐만 아니라, 그러다 죽게 되면 남겨진 가족들이, 운이 많이 없으면 아직 핏덩이인 내 아이가 감당하기 힘든 빚을 원죄처럼 짊어지고 살아가게 될 수도 있고,

그렇게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우리사회의 구조상, 계약, 금융거래, 임용시험 심지어는 자식 대학입시, 취업 등, 상상하지도 못했던 여러가지 상황에서 체납 보험료의 납부사실을 증명해야 하는, 신분상의 불이익들과 만나게 된다.

이와 같이, ‘사전급여제한’ 의 굴레는 벗어나기 쉽지 않고 그 결과는 사회에서 퇴출되는 것에 준할 정도로 치명적이기에, 그 처분의 이유와 절차는 마땅히 적법해야 해야 하고 그 대상 또한 사회 통념 상 적절해야 하는데, 본지의 사례를 보면,

공단은 파산한 A씨에게 위법한 분할납부를 강요하고 분할납부금을 초과 추심하였으며, 그에 대해 A씨가 소송을 제기하자, ‘사전급여제한’ 처분으로 A씨의 건강보험자격을 박탈하여 더 이상 보험급여를 제공하지 않았으면서도, 매월 보험료를 부과하고 자동이체로 인출하였는데,
이러한 이해하기 힘든 공단의 행태에, A씨는 “보험혜택도 없이 보험료만 빼가는 법이 어디 있느냐?”면서, “이게 합헌이면 도둑질도 합헌”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매월 보험료를 부과하고 징수하면서도 보험급여는 제공하지 않아도 되는, 처벌적 징수수단, 사전급여제한”.

헌재가 뭐라 했든, 일반 상식 및 보험의 원리를 부정하고 곤경에 처한 사람들의 자존심과 건강권을 짖밟는 ‘폭력’으로서, 이전 왕조시대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가렴주구(苛斂誅求)의 수단이라 할 것이다.

‘국민건강지킴이’라는 찬사를 받는 건보공단이 그 설치 목적이나 준정부기관으로서의 책무는 외면한 채, 불법 대부업체가 무색하게, 위와 같이 ‘체납금’ 징수에만 몰두하는 이유는,
‘기재부가 윤리성· 준법성 따위는 묻지 않고 체납금 징수 실적에만 절대적 비중을 두고 공단의 ‘경영성과’를 평가하기 때문’이라고들 하는데, 그런 면도 분명히 있겠지만,

사실 공단 직원들의 입장에서도, 잘 이해도 안되고 믿어지지도 않는 ‘건보의 이념’이나 기억나지도 않는 ‘공직자 선서’ 따위에 매달려, 싫 것 고생만 하고 이상한 의심을 받거나, 재수 없으면, 연봉삭감 · 좌천 등의 불이익을 받느니 보다는,
“대부업체 직원이냐?”는 볼멘 소리를 듣더라도, 체납금 징수에 매진하여 실적도 올리고 윗사람의 칭찬을 듣는 게 여러모로 훨씬 낫기에,
기재부의 몰상식한 평가정책을 핑계삼아 궁지에 몰린 사람들에게는 치명적일 수도 있는 ‘사전급여제한’ 처분을, 별 죄책감 없이, 마구 뿌려대는 것이라 생각된다.

‘청년의사’의 기사에 의하면, 건강세상네트워크 관계자는 “공단 직원들에게 체납 독촉을 위한 재량권이 많이 부과돼 있다는 것을 느낀다. 담당자에 따라 분할납부 및 압류 해제 기준을 달리 적용하고 있지만 그 이유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면서, “공단이 징수율에만 관심을 두고 행정업무를 하고 있다. 공단의 무분별한 압류와 독촉으로 인해, 건강권을 지키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및 빈곤탈출도 어렵게 되고 있다”고 비판하였는데,

이에 대해 건보공단은 “내부 지침에 따라 민원을 처리하고 있으며, 결손처분이나 감면 등의 직원 권한을 확장시킬 경우 오히려 문제가 될 수 있다. 공단은 집행 기관이지 정책결정기관이 아니다” 라고 해명하였다.

“온 세계인의 부러움을 받는 대한민국의 대표적 사회복지 제도의 민낯”

모든 제도가 완벽할 수 없으나, 건보공단은 이러한 초헌법적인 제도인 사전급여제한을 유지하고 있다. 고액의 보험금을 낼 형편이 되지 않는 인간들은 해약도 맘대로 하지 못하는 이 제도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다.

김동주 기자

김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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