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완뉴스=윤병익 시민기자] 신군부의 중심 전두환의 손자이며, 자신의 일가와 지인들에 대한 폭로를 이어가던 전우원 씨가 17일(한국 시간) 유튜브 라이브 진행 도중 마약으로 인한 환각 상태를 보여 병원으로 이송되고 경찰이 출동하기까지 하였다. 이 사건에 대해 다룬 아시아경제와 뉴스1은 전 씨의 인스타그램 계정이 사라진 상태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다수의 네티즌들에 의해 전 씨의 인스타그램 계정이 ID가 바뀌고 일부 게시물들이 삭제되기는 했지만 아직 살아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전 씨의 계정이 해킹된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전 씨가 이송됨으로 인해 당분간 사실 확인이 어려울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도 아시아경제와 뉴스1 측에서는 아직 해당 내용에 대한 정정보도를 하지 않았다.
이처럼 사실관계 확인에 게으르고 정정보도에 인색한 것은 한국 언론의 고질적인 병폐들 중 일부라고 지적받았다. 과거 세월호 참사 당시의 전원구조 오보는 정정이 매우 늦게 이뤄져 구조 작업을 매우 심각하게 방해했으며, 국민일보에서 2018년에 보도한 「근거 잃는 진화론… 美·스위스 과학자, 진화론 뒤집는 연구결과 발표」기사는 해당 논문 저자가 기사의 내용을 직접 부정했음이 뉴스앤조이의「진화론 뒤집는 연구 나왔다고? “가짜 뉴스”」 반박기사를 통해 드러났음에도 아무런 조치가 없다. 또 1945년 신탁통치 오보 사건은 좌우 진영 사이의 소통을 교란하여 갈등을 증폭했는데, 이는 한반도 분단을 본격적으로 촉발한 사건들 중 하나다.
한국언론계를 꾸준히 비판한 변상욱 기자(프리랜서, 전 CBS 콘텐츠본부장 및 대기자, 전 YTN 앵커)는 필자와의 대화를 통해 이 문제들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오보가 발생하는 데에는 복합적 요인이 존재한다.
시간과 경쟁에 쫓기거나 충분히 확인하지 못한 채 보도하는 것이 오보의 주 원인이다.
그 밖에 기자의 선입견과 과도한 추단도 있으나, 결국 더 철저하고자 하는 의지의 결핍 문제로 귀결된다.
취재 시 반드시 교차 검증으로 복수의 확인을 거쳐야 하며, 그 확인 절차와 과정 역시 이렇게 확인 했노라, 기사 안에 담겨 있어야 한다.
또한, 언론사는 공적 책무로 인해 책임 추궁을 가장 덜 받는 조직이므로 더욱 자율적 책임 의식이 강하게 발동되어야 하나, 오보의 인정에 인색할 경우 존재 기반 자체를 스스로 허물게 된다.
한국언론들과 언론인 개개인들이 이 지적을 새겨들어 오보를 예방하기 위한 노력을 철저히 기울여야 한다. 이미 기자들은 ‘기레기’, ‘기발놈/기발년’, ‘기더기’, ‘외람이’ 등으로 손가락질 당하며, 시민들의 자국 언론들에 대한 불신과 멸시가 더욱 심해졌지 않은가.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독자들은 어느 언론에서 낸 기사라도 절대로 맹신해서는 안되며, 사실관계를 꼼꼼히 따져보고 틀린 부분이 있다면 적극 지적해야 한다. 가령 위에서 언급한 신탁통치 오보 사건에서, (역사에 ‘만약’은 없다지만) 좌우 두 진영 모두 해당 기사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지 않고 사실관계를 꼼꼼히 따졌더라면, 좌우갈등이 증폭되거나 그로 인해 한반도 분단이 촉발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 외에도, 세월호 참사 당시 전원구조 오보는 세월호 탑승객들에 대한 구조 작업을 심각하게 방해하여 수백 단위의 대규모 희생자가 발생한 초대형 참사로 키워버렸다. 이와 같이, 사실관계에 대해 독자가 꼼꼼하게 체크하지 못하고 수용하고 그것이 잘못된 의사결정의 주요 근거가 된다면, 돌이킬 수 없는 파멸적인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크다.
대한민국은, ‘국민’에게 주권이 있는 ‘민주공화국’이다. 그런 민주공화국에서, 우리 국민들이 사실관계 확인에서부터 삐그덕한다면, 올바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겠는가? 마침, 전우원 씨가 폭로한 내용 중에 신군부의 악행들에 관한 내용들이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신군부가 저질렀던 악행들 중에는 (전우원 씨가 언급을 했든, 하지 않았든 상관없이) 언론의 질을 떨어트리는 만행들(언론통페합, 언론인 회유 등)도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언론에 대한 신군부의 그 많은 만행들은 결국 국민들의 사실관계 확인을 훼방놓기 위한 방편이었음을 모두들 잘 알고 있다.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故 김의기 열사의 <동포에게 드리는 글>의 일부 내용을 아래에 인용하며 이 글을 맺겠다.
동포여,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무참한 살육으로 수많은 선량한 민주시민들의 뜨거운 피를 오월의 하늘 아래 뿌리게 한 남도의 공기가 유신잔당들의 악랄한 언론탄압으로 왜곡과 거짓과 악의에 찬 허위선전으로 분칠해지고 있는 것을 보는 동포여,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윤병익 시민기자
* 본 칼럼은 시민기자 개인의 의견으로 수완뉴스의 공식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